SNS 대신 일기 쓰기를 시작한 이유

‘좋아요’보다 ‘나의 생각’을 기록하기로 했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SNS부터 확인했다.
친구의 여행 사진, 누군가의 아침식사, 회사 후배의 근황까지 —
그 모든 것이 마치 ‘세상과 연결된 증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 연결감이 피로감으로 바뀌었다.
타인의 삶을 보는 일에 하루의 감정을 소모하고 있었다.
좋아요 숫자에 따라 내 기분이 흔들리고,
사진 한 장을 올리기 위해 필터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나 자신이 낯설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소통을 원한 게 아니라,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욕망이 점점 나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SNS를 잠시 멈추고, 대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글,
좋아요가 없어도 기록할 수 있는 글,
그것이 나를 회복시키는 시작이었다.

오늘은 내가 SNS 대신 일기를 쓰게 된 이유와
그 과정에서 얻은 심리적 변화를 나누고자 한다.

 

1. SNS가 우리 뇌에 주는 피로의 정체

SNS는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즉각적인 보상 시스템’*이다.
누군가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면,
우리의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미묘한 쾌감을 느낀다.

이 도파민은 문제를 만든다.
뇌는 쾌감을 반복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SNS를 자주 확인하게 된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SNS 사용자는 하루 평균 80번 이상 앱을 열고,
그때마다 ‘비교 피로(Social Comparison Fatigue)’를 경험한다고 한다.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보며 나의 현재를 평가하고,
결국 자존감이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런 심리적 피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점점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강화한다.
SNS를 멀리하는 건 단순한 디지털 휴식이 아니라,
비교 중독에서 벗어나는 심리적 해방이다.

 

2. 일기 쓰기는 자기 인식의 훈련이다

SNS가 타인을 위한 기록이라면, 일기는 자신을 위한 대화다.
일기 쓰기의 핵심은 ‘정리’가 아니라 ‘인식’이다.
나는 일기를 쓰면서 하루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화가 났던 일이나 불안했던 감정을 글로 적으면,
그 순간 감정의 강도가 줄어든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외현화(Emotional Externalization)’라고 한다.
즉,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때, 뇌의 편도체가 진정된다는 것이다.

일기를 꾸준히 쓰면 자기 인식 능력이 강화된다.
“나는 왜 이 상황에서 화가 났을까?”
“오늘 하루에서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바로 마음의 회복 과정이다.

SNS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들었다면,
일기는 나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그 순간, 나는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
‘내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3. 디지털 미니멀리즘으로의 전환

SNS를 멀리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생각보다 많은 여유를 되찾았다.

첫째, 주의력이 회복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알림을 확인하던 습관이 사라지자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일기 쓰기는 나의 생각을 한 줄 한 줄 정리하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

둘째, 감정의 변동이 줄었다.
SNS에서 타인의 소식을 덜 보니, 비교하거나 초조해질 일이 줄었다.
이건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 부하(Cognitive Load) 감소와 같다.
뇌가 불필요한 정보를 덜 처리하니,
감정의 피로가 줄고 내면의 에너지가 남는다.

셋째, 자기 일상의 의미를 되찾았다.
SNS는 순간을 ‘보여주기 위한 기록’으로 만들지만,
일기는 ‘느끼기 위한 기록’을 가능하게 한다.
이 차이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4. 일기 쓰기가 만들어주는 심리적 안정

일기 쓰기는 ‘생각을 저장’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건 ‘감정을 소화’하는 과정이다.
나는 매일 밤 10분씩 오늘의 감정을 기록한다.

처음엔 막연했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패턴이 보였다.
나는 특정 시간대나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습관이 있었다.
이를 글로 인식하고 나니,
불안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심리 치료에서도 일기 쓰기는 자주 사용된다.
‘저널링 테라피(Journaling Therapy)’라고 불리며,
글쓰기 자체가 뇌의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결국 일기는 내면을 정리하고,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는 ‘심리적 안전지대’가 된다.

그 안에서 나는 ‘좋아요’가 아닌 ‘진짜 나’를 만난다.

결론: 보여주는 삶에서 느끼는 삶으로

SNS를 멀리하고 일기를 쓰면서
나는 세상과의 연결을 끊은 게 아니라, 나 자신과 다시 연결되었다.

일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면을 복원하는 언어의 기술이다.
그 안에서 나는 ‘좋아요’의 숫자가 아닌, ‘생각의 깊이’를 쌓는다.
그 과정에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보여주는 데 익숙하지만,
사실 진짜 성장은 보이지 않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SNS가 소음이라면, 일기는 고요다.
그 고요 속에서 비로소 나는 내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건 단순한 글쓰기 습관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자아 회복 실험이다.
하루 10분, SNS 대신 펜을 들어보라.
그 순간, 당신의 마음은 다시 사람의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