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일기 쓰기, 감정의 먼지를 털어내는 법

하루의 끝에서 마음을 정리하는 일

사람의 하루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것을 제대로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한 채 잠자리에 든다. 나 역시 늘 그랬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가족에게 미안했던 일,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온 불안함을 그냥 흘려보냈다.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속에서는 감정의 먼지가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오래된 공책 한 권을 꺼냈다. 그리고 단 한 줄을 적었다. “오늘 나는 피곤하지만 괜찮았다.” 그 문장을 쓰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감정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특별한 목표는 없었다. 그저 내 마음을 기록하고 싶었다. 처음엔 몇 줄 쓰기도 어려웠지만, 하루하루 쓰다 보니 내 감정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누군가의 한마디에 쉽게 흔들리고, 어떤 날은 작은 일에도 웃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감정의 흐름은 기록하지 않으면 흩어진다는 사실을. 일기를 쓴다는 건,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이 글은 그런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일기 쓰기가 어떻게 감정을 정화하고 삶의 균형을 되찾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1. 감정을 기록하는 순간, 마음은 방향을 찾는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루어지지 않은 감정은 형태를 바꿔 쌓인다. 나는 그걸 일기를 쓰면서 처음 알았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쌓여 아무 이유 없이 예민해졌던 날, 나는 그날의 일을 일기장에 적었다. 단순히 글로 적었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유를 찾아보니, 글쓰기는 감정을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감정이 언어로 옮겨지는 순간, 그것은 통제 가능한 형태가 된다. 뇌는 더 이상 그 감정을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기 쓰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감정의 방향을 바로잡는 기술이다.

 

2. 글로 꺼내야 사라지는 감정의 잔상

나는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며 살았다. 누군가의 말이 불편해도 그냥 웃고 넘겼다. 하지만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덮여 있을 뿐, 어느 날 갑자기 터져 나왔다. 그때부터 나는 일기를 ‘감정 배출구’로 삼았다. 화가 나면 화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적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마음이 훨씬 평온해졌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외현화 효과’**라고 부른다.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 뇌가 그 감정을 처리된 정보로 인식해 불안을 줄인다는 것이다. 즉, 감정은 억누르는 게 아니라 꺼내어 써야 사라진다.

 

3. 매일 쓰는 습관이 감정의 균형을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일기를 며칠 쓰다 중단한다. “쓸 말이 없다”거나 “귀찮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완벽한 글이 아니라 매일의 기록 그 자체다. 나는 일기 내용이 짧아도 매일 썼다. “오늘 커피가 맛있었다.” “회의가 생각보다 잘 풀렸다.” 이런 문장들도 충분했다. 그렇게 쓴 기록이 쌓이자 내 감정의 패턴이 눈에 보였다. 언제 피곤한지, 어떤 사람을 만난 뒤 기분이 좋아지는지 알게 됐다. 결국 일기는 ‘나를 관찰하는 도구’가 되었다. 감정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이것이 매일 일기 쓰기의 가장 큰 힘이다.

 

4. 손글씨 일기의 힘 -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느려진다

나는 여전히 손으로 일기를 쓴다. 디지털보다 손글씨가 주는 집중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펜의 움직임에 맞춰 생각이 느려지고, 문장을 쓰는 동안 마음이 정돈된다. 손글씨는 감정의 속도를 늦춰준다. 빠르게 흘러가는 생각들을 종이에 붙잡아두는 힘이 있다. 또, 한 문장을 쓰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그 짧은 시간이 명상처럼 작용한다. 나는 손글씨를 통해 생각의 무질서를 다듬고, 감정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 수 있었다. 그것은 나만의 디지털 디톡스이자, 조용한 회복의 시간이었다.

 

5. 매일 일기 쓰기가 가져온 변화 - 감정의 먼지가 사라지다

나는 지금도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쓴다. 처음엔 그저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사용했지만, 이제는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도구가 됐다. 불안한 날에도, 기쁜 날에도 일기를 쓰며 내 감정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덕분에 작은 일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고, 감정의 폭이 줄었다. 감정의 먼지가 쌓이기 전에 털어내는 것, 그것이 일기의 진짜 역할이다.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는 이 단순한 습관은 생각보다 강력한 회복력을 만들어낸다.

 

감정을 기록하는 일은 자신을 돌보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이다

일기는 마음의 거울이다. 감정을 적는다는 건 자신을 들여다보는 행위다. 하루 10분이라도 펜을 들어 오늘의 기분을 기록하라. 감정의 먼지가 쌓이기 전에 털어내면, 마음은 다시 맑아진다. 완벽한 문장일 필요도, 특별한 사건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매일 자신과 대화하는 그 시간이다. 나는 확신한다. 일기를 꾸준히 쓰는 사람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이해하며 살아간다. 매일의 기록이 쌓이면, 당신의 내면은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